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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열린책들, 2020)

 

 

 

벌써 새해를 맞이한 지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어떠한 나아짐 없이 흘러가는 요즘, 갑작스러운 두려움과 성장에 목말라 제목에 이끌려 고른 책입니다!

 

여느 자기계발서와 마찬가지로 읽고 나서 저에게 주는 잠깐의 깨달음! (그 깨달음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지만^^)을 예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착각할 정도의 놀라운 저자의 성장 스토리는 내 평범한 독후의 감상을 비껴갔습니다.

 

 

 

 

책을 덮고 저 소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어요.

 

 

 

 

타라 웨스트오버. 모르몬교를 숭상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종교적 원리주의에 빠진 아버지로 인해 그녀는 출생신고 하나 되지 않은 채 미국 아이다호의 산골짜기에 고립되어 아버지가 원하는 방향대로 순종적으로 살아갑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모든 사고는 주님이 주관하신 것이니 그 고통까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아버지, 옆에서 모르몬교의 이상을 따르며 순종적으로 살아가는 어머니, 폭력적인 오빠, 같은 지붕 아래에서 당연히 믿어야만 했던 미신들까지. 이제껏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충격은 읽는 내내 몰입감을 한층 더해 줍니다.

 

타라는 7남매 중 막내딸로 기초 교육 과정을 받아야 할 나이에 언니, 오빠들과 함께 부모님의 온갖 일을 돕습니다. 모르몬교 집안의 여자로서 어쩌면 정해진 자신의 삶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만, 대입 자격시험을 치르며 그녀의 인생은 변하기 시작하는데요.

 

대학 생활을 하는 중에도 자신의 개념을 채웠던 모르몬주의에 어긋난 상황들에 부닥칠 때면 그녀는 고향인 벅스피크에서 영영 해방되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깥세상에서 만난 사람들과 환경을 겪으며 그녀는 더 거대한 세상으로 나왔고,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뤄낸 그녀의 업적이 알려지며 2019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까지 듭니다.

 

 


 

 

오빠가 일어서며 말했다. "집 바깥의 세상은 넓어, 타라. 아버지가 자기 눈으로 보는 세상을 네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을 더 이상 듣지 않기 시작하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거야." --- 13. 교회 내의 정적 P.196

-> 타일러 오빠는 세상의 문을 열 수 있게 시범을 보인 선구자였는데요. 아버지의 충성심을 무시할 수 없었던 타라에게 타일러 오빠가 없었다면 오늘날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까 싶습니다.

 

 

책에 쓰인 말들을 나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읽는 것은 전율이 흐를 정도로 기쁜 일이었다.

--- 28. 피그말리온 P.375

-> 한 인격체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의식의 과정들도 저자에겐 너무나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사소한 자유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이네요.

 

 

그러나 나는 같은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 순간 알고 있었다. 내가 그때까지 해온 모든 노력, 몇 년 동안 해온 모든 공부는 바로 이 특권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내게 준 것 이상의 진실을 보고 경험하고, 그 진실들을 사용해 내 정신을 구축할 수 있는 특권. 나는 수많은 생각과 수많은 역사와 수많은 시각들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스스로 자신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믿게 됐다. (......) 이제 이해가 됐다. 아버지가 내게서 쫓고자 하는 것은 악마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 36. 허우적거리는 네 개의 긴 팔 P.471

 

 

그 이후에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는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

그것들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 40. 교육 P.507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그런 사건들을 어쩌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을 거예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버릇 하나도 고치기 힘든 법인데, 조종하다시피 아버지가 주입한 관념들을 탈피하고 세상과 어울리기까지 얼마나 내면의 힘든 과정을 겪었을까요?

그래서 더욱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배움의 소중함이 더욱 절실히 다가옵니다.

 

계속된 배움을 통해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넓히고 생각의 자유를 얻으라고 말해 줍니다.

 

누군가에게 배움을 주고 배움을 받는 모든 이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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