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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18)

 

 

 

"때론 힘을 빼면 오히려 더 잘 풀리는 경우가 있어."

이런 말이 듣고 싶은 요즘입니다. 해야 하는 일은 많은데 생각한 속도에 행동이 못 미쳐 제가 많이 답답했던 모양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가까운 친구에게도 순간의 감정들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공감 가는 에세이를 읽을 때면 오히려 모르는 사람에게 고민을 더 잘 털어놓게 되는 것처럼

'ㅋㅋㅋ 맞아, 나도 그런데!' 속으로 공감하고 대화하다 보면

무거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위로받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그린이: 하완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이 제목엔 단어 하나가 숨어 있는 것 같은데요. "하마터면 (억지로) 열심히 살 뻔했다."

밀리의 서재 토크 리딩북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을 쓰는 시간만큼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글 쓰는 시간이 놀이 같았어요. 그래서 그 시간만큼은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에서 말하는 '열심히'란 그런 관점이었네요.

 

저자도 (억지로) 열심히 살아본 경험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회사를 다니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잡 생활도 했었죠. 문득 '열심히 사는데 내 삶은 왜 이 모양인가?' 억울한 마음이 들어 회사를 나오게 됐고, 그렇게 프리랜서가 된 이후 적성에 맞는 삶을 찾습니다.

굳이 열심히 하지 않는 삶? 

"포기하면 편하니라~"

 

사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세상과 타협할 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열정을 뿜어내던 시절은 가고, 자신의 템포에 발을 맞추게 되죠. 'love yourself'를 외치는 시대. 번아웃, 우울증, 무기력함 등 정신적 아픔을 앓고 있는 이 시대에 어쩌면 그런 삶은 동경 대상이자 하나의 치료제 역할을 해 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저를 포함하여 많은 분들이 읽고 그런 삶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덴 다 이유가 있으니까요. 

 

 

 


 

 

 

힘을 뺀다는 건 딱딱하지 않다는 것, 유연하다는 것, 자연스럽다는 것,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것, 겁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 가벼운 마음이면 된다. 내 인생을 대단하게 만들어보겠다는 욕심을 이제 조금 내려놓았다. --- 1부.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_잘 그리고 싶어서

-> 지금 저에게 딱 필요한 말입니다. 힘을 뺀다는 건 참 좋은 자세구나. 유연, 자연스러움, 겁을 먹지 않는 것... 저에겐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단어들 ㅋㅋ 툭툭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가지고 싶은 저 단어들을 하나씩 장착하자!

 

 

그 긴 시간을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 채웠다. 그것을 노력이라 착각하면서. 결국, 마음을 편하게 갖지 못하면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 2부. 한 번쯤은 내 마음대로_나를 채우는 시간

-> 적당히 고민하고 행동하는 건 좋은데, 가끔 지나칠 정도로 고민만 하고 앉아있으면 화딱증(엄마가 자주 쓰시는 말^^)이 나서 못 견딥니다. 세수도 안 했는데 그냥 집밖 어디론가 뛰쳐 나가고 싶은 심정. 때론 그냥 행동하는 것이 답을 줄 때가 있죠.

 

 

그러고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여행은 계획을 이행하러 떠나는 미션이 아니다. (......) 언제나 계획은 필요한 것이지만 계획에 얽매이는 것은 의무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데이트도, 산책도, 여행도, 가능하면 인생도. 

목적 없이 우아한 헛걸음으로....... 

즐거움은 그럴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 2. 한 번쯤은 내 마음대로_계획도 목적도 없이

-> 예전에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는 친구와 여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땐 몰랐는데 계획파인 저와 함께 움직이는 게 조금 버거웠다고 해요. 저에겐 여행이 계획을 이행하러 떠나는 미션 같은 존재였고, 친구는 아니었던 것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도, 인생도 여유로움을 추구하게 됩니다. 지금 그때를 생각해보면 친구에게 미안해지기도 하고요. 하나하나 목적지를 찍어야 하는 미션 같은 인생보단, 발길 닿는 대로, 끌리는 대로 가다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만났을 때 그 짜릿한 맛을 기대하는 날이 요즘엔 더 많습니다. 예상되는 건 재미없으니까요 :)

 

 

 


 

 

 

누구에겐 뻔한 내용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읽는 시점에 따라 책 평가는 달라집니다.

목표를 한껏 쌓아뒀지만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아 허우적대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그냥 포기하면 쉬워~"라고 역으로 말해 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오히려 편해지기 때문이죠^^

사실 제가 그런 경우였고, 책 덕분에 위로를 받았습니다.

저의 템포에 맞지 않게 억지로 뭘 하려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리셋! 다시 다이어리 수정에 들어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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